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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 그림자 탐정 #068. 3년 전 사건 2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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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6-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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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 그림자 탐정

. 3년 전 사건 2 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눈앞에 정인의 얼굴이 보였다. 붉게 충혈 된 눈에 일그러진 얼굴……. 보는 것만으로 고통스러웠다. 피를 토하며 정인은 양손을 뻗어 내 품에 안겼다. 정인의 양손은 붉게 피로 물들어 있었고 입고 있는 하얀색 블라우스 뒤는 곳곳이 찢겨진 채 시뻘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인을 부둥켜안은 나는 눈물만 나올 뿐 아무 소리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닫히려는 그때 나는 손으로 문을 움켜잡았다. 정인을 조심스레 벽에 기대 앉힌 후 내렸다. 비명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뒤늦게 문밖으로 나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한 여자가 비상계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로 내려갔어요. 내가 봤어요.” “네. 그럴게요.”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지체 없이 계단으로 내달렸다. 비상계단으로 들어섰을 때 계단을 빠르게 내딛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 소리에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괴성을 지르며 뛰어 내려갔다. 어떻게 내려왔는지 모르게 1층에 다다를 때까지도 그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비상계단을 뛰쳐나와 1층 로비로 나왔는데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범인을 찾고 있을 때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그곳에 한 여자가 주저앉아 엘리베이터를 손으로 가리키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제야 내 눈에 엘리베이터 밖으로 흘러내리는 피가 보였고 엘리베이터 문이 정인의 손에 걸려 열렸다 닫혔다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로 달려가 정인을 끌어안으며 정인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응급구조대가 도착했고 바로 가까운 병원으로 정인을 옮겨졌지만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앰뷸런스에 타서야 왜 정인을 남겨두고 범인을 잡으러 갔는지 후회가 되어 돌아왔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그 순간에 같이 있어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그 죄책감에 하루도 살 수 없을 만큼 괴로웠고 내 자신이 미워 죽을 것만 같았다. “정말 그랬다고?” 그림자의 말을 전해들은 민철은 믿기 힘들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송이를 바라보았다. 그런 민철을 송이는 흘겨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뭘 들은 거야? 내가 무슨 소설을 썼겠어?” “아니, 그런 말이 아니잖아. 너무 끔찍하고 충격적이어서 그렇지. 아저씨, 너무 힘드셨겠어요.” “그러게. 아저씨, 지금은 정말 괜찮은 거예요?”

송이의 물음에 그림자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처음 그 기억이 떠올랐을 때는 마치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처럼 고통이 느껴졌어. 그…… 아니다. 내가 괜한 얘기를 한 것 같다. 미안해, 송이야. 지금은 많이 나아졌으니까 걱정은 말고. 너희는 괜찮아? 좀 지쳐 보인다.’ “말도 마세요. 지금 너무 힘들어요. 겨우 따라가고 있다고요.” “아저씨가 뭐래? 뭘 따라가?” “아니, 계단 오르는 거. 괜찮으냐고 물으셔서.” “아하. 아저씨, 오늘 운동은 이걸로 퉁 쳐야겠어요. 이제 겨우 7층 올라왔는데 벌써 등에 땀이 한 바가지에요.” “맞아요. 오늘 운동은 이걸로 끝이에요. 더는 못할 것 같아요. 아휴.” 송이는 난간을 잡고 힘겹게 발을 내디디며 한숨을 내쉬었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그림자 덕에 이한의 집이 있는 17층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중이었다. ‘미안해. 나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좋겠는데 도저히 못하겠어. 그렇다고 민철이만 먼저 올라가라고 할 수도 없고. 민철한테 잘 좀 말해줘, 어?’ “알겠어요. 민철, 아저씨가 미안하대. 너 혼자라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라고 했어야 했나 싶어.” “에이, 됐어. 어떻게 그래? 의리 없이. 남자는 의리지, 의리.” 민철은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움켜쥐어 보였다. “남자가 의리가 아니라, 네가 의리겠지. 아무튼, 고마워.” “고마우면 조금만 살살 해줘라. 응?” “뭘 살살해?” “말투 말이야. 너무 무서워. 너무 공격적이라고 할까? 그러니까 조금 부드럽게, 여성스럽게 좀…….” 민철의 부탁에도 송이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여성스럽게가 뭔데? 내가 그럼, 지금까지 남성스러웠다는 거야? 아주 이게…….” “또또. 아휴, 내가 말을 못해. 그게 아니라…….” “됐어. 나는 나야. 내가 왜 너 때문에 내 말투까지 바꿔야 하는데? 됐거든요. 고맙다니까, 별 게 시비야. 이제.” “시비가 아니고……. 알았어. 내가 또 말을 잘못했네. 그래, 너는 너지. 임송이가 어디 가겠어.” 민철의 말에 송이는 눈을 흘겼다. “너, 또 비꼬는 것 같다.” “아니야, 비꼬는 거. 알았다고. 그만 올라갈까? 아, 그래서 아저씨가 결벽증이 있으신 건가? 맞아요?” “야, 뭘 그런 걸 물어봐? 너는 아무튼 눈치 없이.” “그런가?” 괜히 화제를 돌리려다 송이의 핀잔만 들은 민철은 머쓱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보였다. 그림자가 송이를 말렸다. ‘적당히 좀 잡아. 민철이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 뭐?’ ‘뭐라고요? 역시 본색을 드러내시네요. 그래요 초록은 동색이라고……. 너무해요.’ ‘왜 그렇게 심사가 꼬였어? 민철이는 너랑…… 아니다. 언젠가는 너도 느끼겠지.’ ‘제가 뭘 느껴요?’ ‘아니야. 어서 올라가자.’ 남자라고 민철만 편드는 듯한 그림자에게 화가 난 송이는 툴툴대며 난감을 잡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민철도 곧바로 뒤따라 올랐다. 그러자 그림자가 말을 이었다. ‘민철이 말대로 그 사건 이후로 우울증이 심하게 온 거야. 우울증 치료를 받았지만 결벽증과 강박증은 더 심해진 거고.’ “그렇구나.” 송이는 그림자의 말을 민철에게 전해주었다. “그런 것 같았어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근데 좋은 것도 있네요. 깔끔해지셨잖아요. 지금은 그림자라 잘 모르겠지만 아까 얘기 들어보니까 그 전에는 지저분…… 아, 아니다. 죄송해요. 제가 또 괜한 말을 했네요.” “아저씨가 괜찮대. 사실이라고.” 그 말에 민철은 그림자를 보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그 모습에 그림자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 ‘민철이는 겉과 속이 좀 많이 다른 것 같다. 그치?’ ‘맞아요. 아주 음흉한 애에요, 얘.’ ‘아니, 그 말이 아닌데……. 겉으로는 거칠고 무섭게 보이지만 속은 따뜻하고 해맑은 것 같아서 그래. 넌 그렇게 안 느껴?’ ‘힘들어 죽겠는데 아저씨까지 그러지 마세요. 얘가 뭐가 속이 따뜻하고 해…… 됐거든요. 얘가 속이 얼마나 시커먼지 모르시죠?’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 ‘아, 아니에요. 모르셔도 돼요.’ 송이는 급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스터리 소설 그림자 탐정 . 3년 전 사건 2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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