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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탐정자격 90종 시대’, 정작 강의실에는 왜 ‘현장’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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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회 작성일 26-09-1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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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장사보다는 탐정을 만드는 산업으로 [김진용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은 지금 그야말로 ‘탐정 자격증’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탐정산업의 전성기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한참 이르다. 2026년 9월 9일 기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 등록정보를 재분류한 한 최신 집계에서는 ‘탐정’, ‘탐정사’, ‘사설탐정사’, ‘국제탐정사’, ‘사’, ‘PIA원’ 등 탐정 관련 자격명이 90종, 관련 기관은 121곳, 등록 건수는 177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제 필자가 과거 사용했던 ‘탐정 자격 70개 시대’라는 표현조차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숫자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여기서 매우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등록민간자격’은 곧 ‘국가공인자격’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민간자격정보서비스 역시 등록자격과 국가공인 민간자격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국가공인은 일정 기간과 검정실적, 운영능력 등을 갖춘 등록민간자격 가운데 별도의 심의를 거쳐 인정되는 제도다. 따라서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됐다’는 문구만으로 국가가 해당 탐정의 전문성과 현장능력을 보증한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단순히 숫자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2025년 발표된 「탐정 관련 민간자격 운영 실태에 관한 연구」에서도 동일·유사 자격의 중복, 자격 선택의 어려움과 신뢰도 저하, 검정 실시 여부의 불명확성, 검정정보 공개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연구자는 결국 탐정 분야의 법적 근거와 관리·감독 체계를 분명히 하고, 자격 명칭과 직무를 표준화하며 검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것은 필자가 현장에서 오랫동안 느껴온 문제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학원, 협회, 교육회사, 대학 평생교육원까지 ‘전문 탐정 양성’을 내걸고 있다. 교육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탐정산업이 발전하려면 오히려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훨씬 많아져야 한다. 문제는 무엇을 가르치고, 누가 가르치며, 교육을 마친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여러 탐정 교육절차의 강사진을 살펴보면 경찰·수사기관 출신, 법학·경찰행정학 교수, 법률·보험·손해사정 등 인접 분야 전문가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의 전문지식과 경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탐정에게 법률과 형사과정, 개인정보보호, 증거법, 범죄학을 가르치는 일은 전문적인 탐정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탐정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공권력을 가진 수사관과 자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경찰은 법률상 권한과 조직, 수사절차라는 제도적 기반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한다. 반면 자는 영장도, 강제수사권도, 국가기관의 데이터베이스 접근권도 없다. 그럼에도 의뢰받은 사건에서 합법적인 정보만을 이용하여 사실관계를 재구성하고, 필요한 사람을 찾고, 공개자료를 분석하고, 현장을 확인해 보고, 결과를 고객 또는 변호사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여기에 ‘수사 경험’과 ‘ 경험’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필자는 2019년 6월 <임병수의 탐정방송>에 출연해 대한민국에서 탐정업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던 원인과 법제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한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이어 2020년에는 ‘보안과 조사(Security and Investigation)는 하나의 영역’이라는 관점으로 전문 탐정 교육과정에 초빙되어 강의를 맡았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동일하다. 탐정산업은 자격증의 숫자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처리가능한 사람의 숫자로 성장해야 한다. 탐정교육에서 예비 조사자가 실제로 배워야 할 것은 매우 현실적이다. 의뢰가 들어왔을 때부터 그 사건을 받아도 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의뢰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하고, 이해관계와 조사목적을 확인해야 한다. 조사위임계약에는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 개인정보보호법상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 공개정보(OSINT)는 어떻게 검증하는지, 인터뷰에서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사진·영상·문서의 증거가치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 현장조사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나 스토킹 등 다른 법률을 침해하지 않으려면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까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조사자는 ‘할 수 있는 진행 방식’보다 ‘해서는 안 되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불법 위치정보를 사들이고, 개인정보를 거래하고, 통신정보를 불불법이 아니게 취득하거나, 해킹·도청·사칭·협박을 이용하는 것은 탐정기술이 아니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사건을 맡는 순간 의뢰인을 돕기는커녕 자신과 의뢰인 모두를 법적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필자가 최근 한·미 크로스보더 법률 실무와 국제 금융사기, 기업 지식재산권 분쟁 등의 사실조사를 변호사들과 함께 진행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깨달은 것도 이 부분이다. 로펌이 조사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탐정자격증의 디자인이 아니다.
변호사가 궁금한 것은 이 자료를 어디에서 구했는가, 법에 위배되지 않게 취득했는가, 원본은 보존되어 있는가, 누가 언제 확보했는가, 상대방이 반박하면 다시 검증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것을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제출했을 때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따라서 국제적인 기업조사나 금융사기 사건에서 탐정의 진짜 실력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알아냈느냐”가 아니라 그 정보의 출처와 신뢰도, 적법성, 증거화 가능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관리했느냐에서 평가된다. 필자는 이것을 크로스보더 의 네 가지 기본조건으로 본다. Legality ― 적법성. Verifiability ― 검증 가능성. Traceability ― 출처 추적 가능성. Accountability ― 결과에 대한 책임성. 해외의 전문 탐정들과 교류하면 한국과의 차이는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필자가 오랫동안 협력, 교류해 온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World Association of Detectives(WAD)는 1925년에 설립된, 한 세기의 역사를 가진 국제 ·보안 네트워크다. 현재 WAD는 75개국 이상에서 약 1,000명에 이르는 조사·보안 전문가 네트워크를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사람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WAD의 정회원(Active Member)은 원칙적으로 실제 또는 보안사업체의 책임자급으로서 관련 업무 경력을 갖추어야 하며, 통상 3년의 실무경력이 요구된다.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면허가 필요한 경우 면허도 갖춰야 한다. 신청한다고 바로 회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 회원위원회의 조사와 추천을 거쳐 집행위원회의 심사를 받으며, 가입 이후에도 자격과 면허 정보를 정기적으로 다시 확인한다. 여기에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했기 때문에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문업무를 수행하고 그 경력이 검증되어야 전문조사자로 인정받는다는 순서다. WAD 정관은 조직의 목적 가운데 하나를 분야의 최고 수준의 윤리적 관행을 유지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회원에게 요구되는 원칙으로 “truth, accuracy and discretion”, 즉 진실성, 정확성, 신중함을 강조한다. 동시에 신뢰할 수 없거나 무능하거나 무책임한 사람을 업계에서 걸러내겠다는 목표까지 명문화하고 있다. 필자가 오랜 국제 들과 사건을 논의하면서 확인한 국제 업계의 문화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상대 조사전문가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벽에 걸린 수료증의 개수가 아니다. 어떤 사건을 처리했는지, 어느 지역을 담당할 수 있는지, 합법적인 라이선스가 있는지, 보고서의 품질은 어떠한지, 고객정보를 지킬 수 있는지, 그리고 다른 전문가가 그 사람에게 실제 사건을 맡길 수 있을 만큼 신뢰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탐정은 종이로 증명되는 직업이 아니라 결국 사건으로 검증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찰 출신이나 교수들이 탐정교육에서 빠져야 한다는 주장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좋은 탐정교육은 경찰 출신 수사전문가, 변호사, 법학자,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OSINT 분석가, 보험·금융 전문가 그리고 현직 자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교육구조에서 마지막 한 축, 즉 ‘실제로 의뢰를 받고 민간인의 신분으로 사건을 처리해 본 조사자’의 경험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경찰 출신 전문가는 공적 수사의 원리와 범죄수사의 경험을 가르칠 수 있다. 법학자는 법률과 인권의 경계를 가르쳐야 한다. 변호사는 증거와 소송전략을 가르쳐야 한다. 디지털 전문가에게서는 포렌식과 사이버 조사를 배워야 한다. 그리고 실제 탐정은 공권력이 없는 상황에서 그 모든 지식을 어떻게 현실의 사건에 적용하는가를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융합교육이다. 그래서 필자는 앞으로 탐정 교육기관의 평가기준부터 바꿀 것을 제안한다. 몇 명의 교수와 전직 고위공무원이 강사 명단에 들어가 있는지를 홍보할 것이 아니라, 강사진 가운데 실제 사건을 수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해본 사람이 몇 명인지, 기업·로펌과 공동조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지, 해외 크로스보더 사건을 처리해본 적이 있는지, 개인정보보호와 증거보전에 대한 실습과정이 존재하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수강생 역시 ‘자격증을 따면 탐정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자격은 출발점일 수 있지만 결코 종착점이 아니다.
오히려 자격 취득 이후에 현장 실습, 보조조사원 과정, 멘토링, 사례분석, 보고서 작성 훈련, 윤리교육과 계속교육을 거쳐야 한다. 일정 기간 실무수련을 마친 뒤 독립적으로 사건을 수임하도록 하는 Apprenticeship 방식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침 현재 국회에는 국가자격시험과 영업등록, 교육의무, 비밀준수, 손해배상책임, 경찰청의 관리·감독 등을 담은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2025년 12월 발의되어 2026년 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된 이 법안은 탐정업을 더 이상 아무런 전문기준 없이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나는 법제화 과정에서 한 가지를 반드시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만드는 것과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탐정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가시험을 만든다고 해서 현재의 문제들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험을 통과한 뒤에도 일정한 실무수습과 윤리교육, 전문분야별 계속교육, 책임보험, 징계 및 자격갱신 체계가 연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로펌·기업·보험·지식재산권·사이버·국제조사 등 실제 탐정시장이 요구하는 전문성을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 탐정산업도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90번째, 91번째, 100번째 탐정 자격증인가. 아니면 한 건의 사건이라도 제대로 조사하고, 적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고, 정확한 보고서를 작성하며, 자신의 조사결과에 책임질 줄 아는 전문조사자인가. 필자의 답은 분명하다. 탐정산업의 수준은 자격증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자격증 소지자’를 배출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믿고 의뢰할 수 있는 조사전문가’를 만들어냈느냐로 평가되어야 한다. 책에서 수영을 배웠다고 바다에서 사람을 구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탐정학 교재를 읽고 시험에 합격했다고 바로 탐정이 되는 것도 아니다.
교재에는 사건이 정리되어 있지만 현실의 사건은 정리되어 있지 않다. 교재에는 정답이 있지만 실제 조사에는 정답지가 없다. 그리고 강의실에서는 사고가 나도 교수에게 질문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탐정 자신이 그 순간 판단하고 그 판단에 법적·윤리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 대한민국 탐정산업이 ‘자격증을 판매하는 시장’에서 전문적인 사실조사 산업으로 넘어가려면 이제 강의실 안으로 진짜 현장을 불러들여야 한다. 현장을 아는 법률가와 현장을 아는 조사자, 기술 전문가와 국제 네트워크가 함께 다음 세대 탐정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에서도 언젠가는 자격증만 가진 탐정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사건을 맡길 수 있는 Professional Investigator가 탄생할 것이다. 그것이 필자가 2019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주장해온 대한민국 탐정산업의 숙제다

기고 : 김진용 | 액터스뷰 H-Global Consulting 설립자 국제 ·보안 분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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